90년대 말 인터넷을 추억하면 생각나는 단어야 많습니다. 알타비스타나 라이코스, 넷스케이프... 그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라면 '공사중'. 아니면 '리뉴얼 중'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인터넷이라는 것을 접한 97년도에 웹 상에 개인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넘어야 할 허들이 한 두개가 아니었으니까요. 도메인을 소유해야 하며, html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예쁘게 보이려면 어느 정도 디자인 능력도 있어야 할 뿐더러 부지런하기도 해야 했죠. 공사중 팻말을 달아 놓고 몇 년 씩 업데이트가 없던 페이지들은 왜 그렇게 많았는지.
웹에디터- 당장 떠오르는 이름은 나모-들이 나오고, 제로보드 같은 설치형 게시판들이 제공되면서 그래도 약간은 허들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개인 홈페이지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사이월드라고 기억하네요.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이월드 서비스의 핵심은 도메인+제한적이지만 어느 정도 장식할 수 있는 웹 템플릿의 제공 + 자신의 홈페이지를 광고할 노력을 줄여주는 일촌맺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개인적인 웹공간을 아무나,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질 수 있게 된거죠.
다만 사이월드는 태생적으로 홈페이지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한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꾸며야 한다는 답답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미니라는 이름에 맞게 작은 홈페이지는 점점 커져가는 해상도에서는 답답해 보일 때가 많았고...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요소를 수익모델로 삼으면서 결정적으로 어긋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2003년 정도가 되었을 때, 블로그라는 게 상륙했죠. 이글루스가 그 때쯤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었나요. 블로그를 처음 봤을 때 이게 뭐야? 란 생각을 했던 것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도 아닌 것이, 게시판도 아니고.
하지만 블로그는 막상 사용해 보니 편했습니다. 장식을 위한 스킨 템플릿은 마음 내키는대로, 언제라도 갈아치울 수 있었고 태그만 약간 다룰 수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고칠 수도 있었죠. 링크나 RSS가 제공되고, 이글루스 같은 곳은 밸리에 자신의 블로그를 노출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알린다는 부담도 없어졌고. 이런 저런 잡다한 것은 전부 신경 끄고 일기를 쓰던, 리뷰를 쓰던, 아니면 그림을 올리던 간에 그냥 자기 컨텐츠를 올리는 일에만 신경을 쓰면 됐으니까요.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미투데이,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가 등장하더니, SNS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이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 블로그는 이제 '꾸민다'는 요소 자체를 생략해 버렸습니다. 카테고리? 스킨?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들어가서, 쓰면 됩니다. 내키면 태그를 달거나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죠. 얼핏 보면 사이월드와 비슷해 보이는 페이스북도 까보면 마이크로 블로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꾸미는' 것을 생략한 대신 '다른 놀 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뀐 거죠.
갑자기 이런 뻘글을 쓰는 이유야, 당연히 심심해서 그러는 거고. 어느 날 대체 트위터, 페이스북이 왜 성공한 걸까. 이런 생각을 곰곰히 하다보니, 아무래도 귀차니스트인 저에게 그런 서비스들이 가장 어필하는 건 조금이라도 귀찮은 부분을 모두 제거한 점이 아닌가, 싶더라는 거죠. 물론 그 외에도 생각해 볼 요소야 많겠죠. 싸이월드 시절에는 PC도 노트북도 지금처럼 보급되어 있지 않았고, 인터넷 광고 시장이 이렇게 크지도 않았고,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가 있지도 않았죠- 개인적으로 세번째가 제일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이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용에 방해가 되는 건 모두 제거하는' 것이 꼭 이런 웹페이지 진화사에만 적용되는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또 머리가 아파집니다. 게임도 그렇고, 책도, 영화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