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하면, 본격 닥터 하우스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책.
기대치와는 조금 어긋난 책이다. 기대하던 것은 특이한 질병 사례과 그 진단 사례 모음이었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다. 논픽션은 사실-정보나 지식-을 알리거나, 아니면 작가의 주장을 대중에 전달하기 위한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 중에 후자에 속한다.
작가는 진단의 중요성과 진단 과정에서 의사가 빠질 수 있는 수많은 함정에 대해 말한다. 그 중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첨단 검사에 대한 맹신과 잊혀져 가는 신체 검사에 대한 우려다.
신체 검사는 의사가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행할 수 있는 검사, 그러니까 촉진, 청진, 각종 부위의 혈압검사, 시각에 의한 검사 등을 말한다. 첨단 검사는 MRI, CT, 혈액이나 소변 검사, 배양 등의 검사가 되겠다.
작년에 유행했던 신종 플루 확진을 떠올려보면 좀 더 쉽다. 고열과 최근 위험지역 방문 여부를 가지고 신종플루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작가가 말하는 신체 검사가 되겠고, 그 이후에 신종 플루 확진을 위한 추가 검사를 하는 것은 첨단 검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 검사는 의사와 면담 이후 체온을 재는 단계로 끝나고 진료비는 많아도 만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확진을 위한 검사는 검사 결과까지 3, 4일이 걸리고 비용도 12~20만원 가량이다. 물론 결과는 확진을 위한 검사가 더 정확할 것이다.
신체검사의 특징은 빠른 속도/적은 비용/낮은 정확도이고, 첨단 검사의 특징은 느림, 고비용, 비교적 높은 정확도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가 되겠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진단은 무척 중요하다. 어떤 질병인지 모르면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없다. 정확한 질병명을 찾아내는 것은, 의학 드라마 하우스에서 다룬 것처럼 스무고개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검사를 통해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증거가 늘어날 수록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병은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록 완치율이 높으며, 치명적인 질병의 경우에는 환자의 목숨이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체검사가 빠르며, 신체검사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정보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사실 첨단 검사는 '생각보다' 그렇게 정확한 것도 아니다.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는 대부분 간접적인 정보를 줄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감염증에 걸리면 환자의 배설물에서 감염원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검출된다는 식이다. 이런 간접 증거는 100% 확실하지 않다. 신체검사를 통한 추가 정보는 이런 검사를 보완할 수도 있다... 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단 이 시점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맞는지는,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저자는 신체검사로 확진할 수 있었던 사례를 증거로 내세우지만, 이런 일화적 증거는 사실 저자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신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현역 의사나 의대생이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의사가 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주장의 진위는 물론, 이 사례들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PS1.
어쨌든 간접적인 증거를 모아서 병명을 확진하는 진단은 연역적인 추리일 수 밖에 없고,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의사에게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은 잘 알겠다. 세상에는 몇 종류가 되는 병이 있을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그 모든 병의 증례와 이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음에 당연하게 떠올리는 생각이 컴퓨터를 사용한 DB가 아닐까. 책말미에 그 내용이 잠깐 소개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모양이다. DB는 특성상 입력되어 있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 수록 정확도가 올라가는데, 보수적인 의사들의 경향, 그런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기에는 바쁜 의사들, 병원 간의 공조 부족, 그리고 가장 큰 이유인 돈 등이 걸림돌이라고. 그러고 보니 21세기에는 원격 진단 같은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데.
PS2.
닥터 하우스는 모든 환자는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 나 같은 성격에 하우스 같은 의사를 만나면 거짓말을 안하지는 못할 것 같다. 병원은 돈이 많이 들고, 귀찮고, 그나마 완치도 못시킨다는 선입견이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의사도 무섭고, 병원도 무섭고, 병원에 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미루고 미뤘다가 가는 것이다. 그래서 가서 사실대로 말하면 뭐하다가 이제 왔냐고 혼날 것 같고, 게다가 의사들이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은 인상도 있다. 나만 해도 몇 차례 연속으로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가 너무 높아져서 정형외과를 세 곳 정도 간 적이 있는데, 지금 간 병원 외에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_-
아마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돈이 아닐까. 큰 병은 돈이 많이 들고, 의사는 작은 증상도 무조건 큰 병으로 포장해서 돈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신뢰감 부족. 죽을 병이 아닌 이상은 잘 고쳐준다보다는 싼 곳으로 가려는 그런 심리. 그리고 검사를 권하면 돈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의심 같은 것 말이다.
그나마 의료보험 혜택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이런데, 미국은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