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1 - 8점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황금가지

러브크래프트 전집 2 - 8점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황금가지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H.P. 러브크래프트 전집입니다. 일명 코스믹 호러 장르의 시조 정도. 크툴후(본문 표기는 크툴루입니다만 이 쪽이 익숙하다보니) 신화로 잘 알려져 있죠. 국내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은 거의 없습니다만, 영미권에서는 꽤 유명하고 콜 오브 크툴후 같은 TRPG 룰도 있죠. 스티븐 킹의 작품에도 관련 아이템이 나오거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단편들이 있고, 영화 헬보이에도 '벌레의 신비'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러 영화나 소설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네크로노미콘이라는 책 이름을 들어보셨을 듯.

일본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고 압니다만... 그쪽은 크툴후 신화 마저 모에선을 쬐어 데몬베인 같은 괴한 물건이 나오는 곳이라. (...엉뚱하게 대디 페이스의 구두룡 같은 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일본 저작물은 번역물만 접하다 보니 아는 건 라노베 쪽이 전부지만요. 데몬베인은 원작은 에로게라고 합니다...라고는 해도 코스믹 호러와는 백만광년 멀어졌지만 데몬베인의 열혈한 분위기도 좋아합니다.)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의 명확한 정의를 제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말 그대로 우주적인 공포랄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저는 광기, 죽음, 그리고 공포를 선택할 겁니다. 그의 소설 세계에는 신적인 힘을 가진, 그러나 결코 선하지 않은 우주적인 존재들이 나오며 진정한 세계의 지배자는 그들입니다. 인간들은 그들, 올드원이 잠깐 떠나거나 잠들어 있는 사이에 지구의 주인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벌레 같은 존재에 불과하며 그들이 돌아오면 그대로 벌레처럼 죽을 운명이죠.
상황을 많이 좋게(?) 만들어서 그냥 외계의 존재까지만 가도 절망적이긴 마찬가지. 인간은 저항할 수 없습니다.
대체로 이것이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공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한없이 하찮은 존재이며, 세계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사악하기 이를데 없다는-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에서-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은 대개 죽거나, 미쳐 버립니다. 이런 내용이 신경증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직전에 놓인 사람의 광기어린 말투로 반복됩니다.

...라고는 하지만, 현대에 와서 봐서는 솔직히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현대보다는 현대 직전, 약간 고루한 20세기의 공포라고 할까요. 훨씬 자극적인 매체를 많이 접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런 활자의 공포, 그것도 공포의 정체를 정면에 꺼내놓기 보다는 변죽만 두드리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정말 공포감을 줄지는 솔직히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뭐 그렇게 보면 킹의 소설도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던가요? 사실 문화의 차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신은 선하며, 인간은 신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기본 인식이 있습니다만,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는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러브크래프트를 좋아하며, 그의 소설들이 일본어 중역본이 아니라 이렇게 뒤늦게라도 전집으로 소개되는 것을 무척 기뻐할 겁니다. 설령 그의 소설들이 이제 와서는 고루해 보일지라도, 신화창조자인 그가 만든 크툴후 신화는 계속 살아 남을 테니까요... 그러려나?

 일전에 간략하게 언급한 적이 있는데, 번역...보다는 교정 상태가 애매합니다. N'kai가 어디서는 엔가이, 어디서는 나카이로 읽히는 등 통일이 안되어 있어요. 일단은 이 예 하나 뿐이기는 합니다만.

 발음 자체는 아예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어차피 인간의 후두로 발음할 수 없는 말이니 마음대로 읽어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어떻게 나와도 여기에 태클을 걸 수는 없지만, 작품 내에서는 통일을 해주거나, 어떻게 읽어도 된다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대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뭐 이건 사소한 문제니.

 표지 재질은 무척 불만이 많습니다. 쉽게 때가 타고 구겨지는 재질이에요. 코팅지도 아니라 물이라도 튀면 큰일 날 듯 합니다. 소장용, 포교용, 독서용을 따로 3부씩 사라는 출판사의 배려일까요.

 앞으로 더 나올 3, 4권을 기대해 봅니다.

 ps. Unspeakable vault of d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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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ure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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